▲ 선호균/칼럼니스트 지난해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 중 교복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여론이 일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 교복공동구매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가 이를 지원하도록 하는 지침을 보냈다. 교육부가 잠정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2007년) 하복을 공동 구매한 학교는 중학교 967개, 고등학교 766개교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에 비하면 공동구매비율이 3-4배 많아진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이 교복공동구매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와 그 의의는 무엇인가 살펴보자. 교복공동구매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첫째, 교복가격의 적정성이다. 시중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보다 40%~60%의 가격대에서 구입 가능하므로 학부모의 가계 부담을 덜어 준다. 하복의 경우 4~5만원, 동복은 10~15만 원 정도 절감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교복의 디자인과 품질이 시중의 유명 브랜드 상품보다 더욱 좋다는 점이다. 교복공동구매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가 대부분 유명브랜드 보다는 중소기업인데 이들은 주로 유명브랜드 업체들의 하청 납품업체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학생복을 전문으로 제작하던 업체라 학생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을 꾸준히 개발하고, 대기업과 경쟁을 하기 위해 제품의 질을 향상시킨 결과이다. 이는 곧 값싸고 양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 학부모들은 아직까지 공동구매를 하면 무엇인가 값비싼 브랜드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공동구매를 경시해왔는데 실제로 구입해보니 그러한 편견이 잘못되었음이 증명되고 있어 점점 공동구매가 확대되고 있다.
교복공동구매의 의의, 즉 그 필요성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된 저렴한 교복구매가 가능하여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첫째이고, 둘째는 학생들 상호간 브랜드 선호에 따른 위화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의 학생들은 유명연예인을 동경하고 신발, 옷 등의 구입에 유명브랜드 제품을 선호하여 실제 가계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복공동구매는 자녀들의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교육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 셋째는 교복구매 업체선정 과정에 학생, 학부모, 교사간의 소통과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적 소양과 상호 신뢰라는 사회적 가치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원주시에서 하복 공동구매를 실시한 학교는 단구중학교를 비롯한 단 세 곳이었고, 그나마 올해 동복을 공동구매하는 학교는 현재까지 단구중학교 한 곳 뿐이다. 공동구매의 필요성과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교복공동구매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복공동구매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보자.
현행 교복공동구매는 철저하게 학부모의 의사로 결정된다. 지역 교육청과 학교는 학부모가 진행하는 교복구매 과정을 충실하게 지원하는 것이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이다. 지역 교육청과 학교와 무관하게 학부모의 의사로 교복공동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나 실제 교복구매 과정은 학부모가 추진하기에는 여간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절한 교복가격의 결정, 업체 선정과정의 계약방식, 적정한 교복의 선정, 교복 값의 수금, 교복치수재기, 교복배포, AS문제 등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하겠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법을 제시하지 않고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교복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필자는 그 해법으로 지난해 교육청에 ‘교복공동구매 설명회’를 개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교육청으로부터 거부당한 바 있다. 교복공동구매 활성화를 위한 첫 단계로 교복공동구매 설명회를 개최하고, 교복구매를 위한 일련의 행위와 절차에 대한 지속적 조언을 해줄 상담원 배치, 교복공동구매에 대한 사회적 여론 형성을 위한 공청회 개최, 성공적 사례 발굴을 통한 각 일선학교의 지속적인 지도 등 교육청과 학교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상에서 교복공동구매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사교육비 부담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가 되었다. 자녀들의 과외비, 공교육 현장인 학교에 들어가는 각종 본인 부담비, 교통비를 비롯한 그 외 간접부담비 등 우리 학부모가 짊어질 교육비는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는 학부모들은 각종 부담비용 결정과정에서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교복공동구매를 통해 우리 학부모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였다.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소외된 우리 학부모의 권익을 되찾는 영역을 하나하나 넓혀 나가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필자 선호균 프로필] (사)자치분권연구소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자치분권전국연대 정책실장, 단구중학교 운영위원, 강원민부정책포럼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