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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갑자기 불 나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 심영덕 기자
  • 등록 2007-03-27 01: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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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시 대응방법 꼭 알아두세요
 
얼마 전 주말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한바탕 웃고 나서, 한참 그 의미를 새긴 적 있다. 항상 상대에게 막무가내나 우격다짐의 질문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맨(황현희 분)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개인기가 돋보이는 코너로, 주로 사장이 직원채용을 하면서 면접을 하는 것을 풍자하는 내용인데 그 날은 호텔사장이 직원을 뽑는 면접을 보는 설정이었다. 다음은 그 코너 대사의 일부이다.

사장 : “이 호텔에 갑자기 불이 난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면접자 : “119에 바로 신고를 합니다”
사장 : “119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면접자 : “주변에 소화기로 꺼야지요”
사장 : “소화기가 없다면”
면접자 : “소화전을 찾아서,...”
사장 : “소화전에 물이 안나온다면”
면접자 : “사람들을 대피시켜야지요”
사장 : “(막 윽박지르듯이)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면접자 : “~ (어이가 없다는 듯) 사장님은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장 : “이 사람아, 그런 경우는 없어,...”

개그 프로그램의 설정과 분위기를 글로 그대로 옮기기 어려워 무미건조하게 느껴지지만, 이 개그 코너를 보고, 처음에는 웃다가, 조금 지나고 나서, 참 중요한 지식(?)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화재 등 재난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 발견자와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119 신고를 먼저하고, 불을 끄기 위해 시도하고, 주변에 알려 대피하게 하는 것으로 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화재발견시의 주변 상황, 발견자의 능력 등에 따라 해야 할 일의 순서가 그 때마다 다를 수 있다.

최초의 발견자는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으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불을 바로 끌 수도 있고, 주위에 알려 대피하게 하거나 함께 대처할 수 있다. 이 최초 발견자와 주변의 사람들이 위기에서 어떻게 대처 하느냐, 그리고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위기시에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번 신도림 오피스텔 신축현장 화재에서 10여명의 인명을 구조한 것도 바로 화재 현장에 함께 일하고 있었던, 외국인 근로자였다.

계속 이어지는 개그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보면서, 나는 정말 내가 사는 집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할까, 아니 혹시 이제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만 집에 있다가 불이 난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할까, 잘 대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계속 맴돌았다.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가스레인지에 화재가 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더니, “119에 신고한다, 물을 끼얹는다, 물수건을 코에 대고 낮은 자세로 대피한다”라고 대답한다. 지난 해 중앙119구조대에 견학하여 체험교육을 받은 보람이 있구나 생각하면서도, “네가 만약 가스를 잠글 수 있으면 잠그고, 아니면, 바로 복도에 동생과 함께 집에서 나가서, 사람들에게 “불이야”라고 소리쳐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하였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최선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였다.

소방방재청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국민이 침착하게 대처하게 하여 주변사람은 물론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알려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화재가 난 경우, 처음 대처하는 것 외에도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너무나 많다. 화재 시 실제 화염보다 연기에 질식하여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대구 지하철 화재 시, 차량의 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었던 칸에는 희생자가 거의 없었던 것을 보면, 재난 시 필요한 간단한 지식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닥칠 수 있는 위기는 비단 화재만이 아니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급하게 숨쉬지 못할 정도로 체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에 심장마비나 뇌출혈, 급체 등으로 갑자기 쓰러졌는데, 주변에 그럴 때에 대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 응급처치가 늦어져, 전신마비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었다는 애석한 이야기들을 종종 들어보고, 그 반대의 경우 이야기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학교교육과 민방위교육 등 다양한 안전교육이 이루어지고, 일선 소방서 등에서 화재 시 대응과 응급 시 심폐소생술 등 다양한 체험교육 등 안전교육이 많이 시행되지만, 전 국민 모두를 교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요즘 소방방재청으로서의 고민은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알려줄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이것을 연중 하나의 캠페인으로 전개한다면, 포스터나, 한 줄 짧은 표어로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욕심낼 수 없는 상황이므로, 화재, 붕괴, 폭발 등 인적 재난과 태풍, 홍수 등 자연 재난 등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많은 재난의 유형 중에서 국민들에게 이것만은 꼭 알려주어야 할 딱 하나를 집어낸다면 무엇일까? 지난 주 소방방재청 직원들이 머리를 모아 본 결과 역시 연중 일어날 수 있고, 빈번한 “화재시 대응방법 또는 살아남는 법”이 우선순위로 선정됐다.

앞으로 한 줄 슬로건, 한 장의 포스터로 국민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화재의 경각심과 함께 화재시 대응방법을 알도록 아니면, 알려고 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겨져 있다. 과연 촌철살인의 그런 슬로건이 있을까 하면서, 짧은 시간, 화재에 대처하는 방법을 은연중에 알려 준, 지난 번 개그 콘테스트의 내용을 다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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