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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학력 대물림 막기 위해 ‘8학군 폐지’
  • 편집국
  • 등록 2007-04-27 22: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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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과 채찍으로 공교육 경쟁력 향상
 
영국은 사회가 위기다 싶으면 교육 개혁에 착수했다. 1962년의 영국의 대학진학률은 4%에 불과해 더타임스(The Times)등 유력신문사에서도 대졸학력 기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당시 제한된 수의 엘리트를 배출하는 영국교육의 ‘능력주의’가 공격을 받았고, 교육 ‘평등주의’가 강조되면서 1969년에 우리나라 방송통신대학에 해당하는 개방대학(Open University)이 만들어졌다.

1980년대 들어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영국 경제의 상대적 쇠퇴가 분명해지자, 그 책임을 영국교육에 돌리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 능력주의가 다시 강조됐는데, 1981년 대처총리는 영국병 치유를 위해 학생 능력에 따라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자유주의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블레어 총리 “교육이 최대의 경제정책”

즉 중·고교육의 전반적 하향 평준화, 특히 미국과 비교하여 질적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학비보조금을 융자로 바꾸고, 가난하나 성적이 우수한 3만6000명의 학생에게 사립학교 등록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블레어 총리도 1997년 취임이래 “교육이 최대의 경제정책”이라며 추진한 것이 ‘공교육 개선’이다. 블레어 정부는 교육 예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경쟁력 없는 학교의 퇴출 등 공립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학생의 학업 성취도 등 학교운영 평가에 따라 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을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수업료가 무료였던 대부분 공립인 영국 대학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 1998년부터 등록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2006년에는 년간 1000파운드의 등록금을 3000파운드(600만원)로 대폭 인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의 공교육에서 배울게 하나도 없다“는 말과 같이 학생들의 학력이 극히 부진하여,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기를 기피하자 정원미달인 학교는 폐교시켜, 기업이나, 비영리법인에 민영화하는 ‘경쟁주의’ 교육개혁법(2006년)을 시행했다.
 
가난한 학생 교육환경 개선위해 교육청도 민영화

일례로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고 84개 초중등 학교가 속한 월텀 포리스트 교육청을 2002년 교육회사인 에듀액션이 통째로 인수했다.

에듀액션은 학력향상이 부진한 학교의 교장과 교사를 교체하고, 전문가들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효율적 수업을 짜는 등 학교 수업, 운영에 간여한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제 가난한 월텀 포리스트 지역의 공립학교에서도 명문대학 진학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가디언지는 미국의 교육전문회사 에디슨이 학부모로부터 외면당해 폐교 위기에 있는 영국 런던 중등학교 ‘셀리즈베리’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고, 명문학교를 만드는 조건으로 향후 3년간 100만 파운드를 받을 예정인데, 학생의 1/3이 무료급식을 받고 있는 가난한 셀리즈베리 학생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공부할 전망이다.

지난 3월 브라운 재무장관이 밝힌 지난 10년간 ‘교육’ 분야 예산은 영국 정부가 교육에 기울인 노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교육예산비중 GDP 4.7% → 5.6% 확대

영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은 1997년 2500파운드였지만 올해는 5000파운드로 두 배 늘었다. 지난 10년간 정부예산 중 교육예산의 비중도 1997년 GDP 4.7%(290억파운드)에서 5.6%(770억파운드)로 크게 늘었다.

브라운 장관은 앞으로 2010년까지 1인당 공교육 투자를 6600파운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교사는 3만6000명, 학교교육 지원인력 15만4000명이 새로 증원됐다.

그러나 2006년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10년간 정부가 공교육 개선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총 공립학교 2만2000개교 중 1500여 초·중등학교(전체 학생의 13%인 100만명 정도)가 여전히 일정 기준에 미달되는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정부의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공립학교보다는 등록금이 8000파운드에 달하는 사립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다. 중산층 학부모들이 보다 나은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우수 공립학교나 사립학교 근처로 이사하면서 소위 ‘8학군’이 영국에도 곳곳에 생겨났다.

교육여건에 따라 주변 집값도 덩달아 오른 것은 한국과 유사하다. 영국 내 톱 10 명문 공립학교가 있는 지역의 집값은 지난 2001년 이래 76%나 올랐는데, 이에 따라 중산층이 명문학교를 장악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8학군 병’ 고치기 위해 명문 공립학교 추첨제 도입

영국의 ‘더타임스’는 매년 영국내 우수 공·사립 초중등학교 2250개를 수록한 ‘부모의 힘(Parent Power)’이라는 CD를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우수 학교란 중등학력평가시험 합격률이 높고, 명문대학 입학자를 많이 배출하는 소위 일류학교인데, 이에 따라 학교측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입학이나 전입을 환영한다.

영국의 공·사립 초중등학교 학생은 약 980만명으로 이중 93.6%가 등록금 무료인 공립학교에 다니고, 6.4%정도인 62만 명이 사립학교를 다닌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최고 명문대학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이하 옥스브리지)에 사립학교 출신이 5년 전에 비해 더 많이 입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옥스퍼드대의 2006 신입생 비율은 공립 47%, 사립 43.4%, 해외 유학생 9.6%였다.

예를 들어 이튼과 함께 명문 사립학교인 웨스트민스터는 대입반 중 60%인 80명이 2006년 옥스브리지에 입학함으로써, 사립학교가 명문대학으로 통하는 길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대입 본고사가 없고, 대학입학 수능시험 (A레벨)성적, 봉사활동, 교사추천, 자기소개서, 수학계획, 전공교수 인터뷰 등 7~8개 기준으로 신입생을 뽑는 명문대학은 사립학교 출신 부자들이 다니는 엘리트학교이고, 특히 명문대 일수록 저소득층의 대학 입학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정부 “명문대학은 공립학교 출신을 더 많이 뽑아라”

금년 3월 존슨 교육부 장관은 명문 공립학교 입학생을 컴퓨터 추첨제로 뽑도록 하고, 학교가 가족을 인터뷰하거나 비싼 교복 판매점을 지정함으로써 가난한 집 자녀들의 입학을 막는 관행을 금지시켰다.

내년 9월 신입생부터 적용될 추첨제는 런던 남쪽 브라이튼 지역에서 최초로 실시되는데, 이에 따라 명문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내온 공립학교들이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을 뽑아온 ‘인근주택 우선권’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가정형편이 어려워 ‘8학군’에 살지 않는 지원자도 명문 중·고교에 입학할 기회가 늘어난다.

또 영국정부는 7년 전부터 서민, 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에게 명문대 입학의 기회를 주기위해, 20개 명문대학에 공립학교 출신을 더 많이 뽑아주도록 압박을 가해왔고, 옥스브리지 등 명문대학은 대학을 가지 못한 노동자의 자녀나 장애인 대상으로 ‘쿼터제’를 실시하여, 제도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의 명문대학 진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큰 성과는 내지 못하는 듯 보인다.

1999년 옥스퍼드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우수한 성적의 중등학교 졸업생이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 응시해 장학생으로 합격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영국정부는 옥스퍼드 대학에 대한 지원금을 30% 삭감하는 패널티를 준 적이 있다.

무료입학·학비보조 학교 1억파운드 세금 감면

유력 일간 신문인 가디언지는 2003년 8월 15일자 보도에서 영국의 수능인 ‘A레벨’ 시험에서 6개 과목에서 A를 받고도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컬리지(노벨상 60명 배출)에서 낙방한 한국유학생 손 에스더양 등 3명에 관해 보도하면서 ‘귀족대학’ 케임브리지의 배타적 전통을 꼬집었다.

이들은 사립학교 출신 또래보다 더 좋은 성적과 재능을 보였음에도 장애인, 노동자 출신 부모, 집안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이어서 비중이 큰 입학 면접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결과로 지적됐다.

최근 학교위원회는 가난한 학생들을 무료입학 또는 학비보조를 해주는 사립학교에 1억파운드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사립학교에 세금을 감면해 왔으나, 저소득층 자녀들의 명문사립고, 명문대학 진학을 조장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취한 조치이다.

옥스브리지를 비롯해 영국 대학들은 학업수행에 지장이 없는 학력을 갖고 있는 경우, 부친이나 조부가 그 학교 출신인 경우나, 기부금을 낸 경우 가산점을 인정하는 등 제한적인 기여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학사운영을 엄격하게 하고 있는 영국대학의 교육시스템과 연계해서 보아야 한다.

살인적인 학사관리… ‘기여입학’은 있지만 ‘기여졸업’은 없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 옥스퍼드 대학은 교수회의에서 동 대학과 산학 협동 프로젝트를 의뢰한 한국 재벌집안의 자제인 K씨의 입학을 허가했는데, 당시 입학성적이 합격선에 근접했던 K씨는, 한 달에 평균 8개 에세이와 26개 강의를 들어야 졸업하는 옥스브리지의 수준 높은 학업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귀국한 바 있다.

한편 올해 2월 초 옥스퍼드 대학에서 강의나 에세이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대학생 두 명이 연이어 강의실에서 목매 자살한 사건이 생겼다. 영국 명문대학에서는 학업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기여 입학’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여 졸업’이라는 것은 불가능 할 정도로 학업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무리한 기여입학은 중도 탈락이 불가피하고, 금전적 손해 뿐 아니라 사회진출도 늦어지는 불이익을 자초하는 길이다.

영국대학 가이드 2003년판에에 따르면 영국대학생 중 중도에 자퇴하는 학생이 전국적으로 20%에 이른다. 이유는 학업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강의 부실 혹은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력 부족 등이 이유로 꼽혔다. 물론 명문 옥스브리지의 대학 중퇴율은 1~2%에 불과하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소위 명문대학들은 신입생이 부모 이름을 한자로 못쓰고, 영문 해석이나, 수학 미적분의 실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실력이 졸업 무렵에는 월등해졌다거나, 혹은 실력이 부족해 졸업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바가 없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유급시키지 않고 졸업시키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듯 보인다. 국내 대학도 엄격한 학사관리와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본래의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1 기부 캠페인으로 대학 발전 기금 확충

블레어 총리는 올해 2월 옥스브리지 등 영국 내 상위 75개 대학을 위한 혁신적인 기부금 유인책을 마련했다. 즉 대학에 기부되는 2파운드마다 정부가 1파운드를 추가 지원하며, 기부 한 건당 정부 공공기금 지원은 200만파운드(38억원)로 한정했다. 이 제도로 영국 대학들은 수십억 파운드의 대학 기금을 더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은 기부관행이 미국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졸업생들의 출신 대학에 대한 소액 기부도 활발치 않은 편이다. 옥스퍼드의 경우 누적 기부액이 36억 파운드(6조5000억원)로 전체 액수로는 하버드대의 1/4에 불과하다. 미국 하버드대가 지난해만 8만9000명으로부터 5억9000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그 가운데 62%는 100달러 미만의 소액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정부와 같이 대학발전 기금의 공동출자(매칭펀드)나 기업인, 졸업생들의 대학기금 기부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철도청 소속 미화원이 웬만한 공무원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도 하고, 광부의 임금이 대기업 직원들에 못지않으며, 배관공의 수입이 대학 교수보다 많을 정도로 교육 수준만큼 경력이나 경험도 중시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현재 대학진학률도 40%에 불과하다.

공교육 개선으로 경쟁력과 형평성 두 마리 토끼를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도 사립학교 출신이 옥스브리지와 같은 명문대에 더 많이 입학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런던에서는 부유층 자녀를 연간 수업료가 2만달러가 넘는 명문 사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출생과 동시에 입학원서를 접수시킨다. 마치 영국 사회가 부와 계급이 세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공교육 개선’을 정책우선순위로 삼고, 성적이 우수한 저소득층 자녀들도 대학교육을 받고,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할 평등한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영국 정부는 교육의 양극화 추세를 막고, 영국 ‘지식경제’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서 대학진학률을 2010년에는 50%대로 높이기 위해 공교육 투자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여름 블레어 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 장관도 정책 우선순위를 교육·건강·안보 3가지로 꼽고 있어, 영국의 공교육 개선 정책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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