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전문가와 현장 경영자들이 모여 한국적 경영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모색하는 포럼이 열린다.
▲ 한국적 가치발굴 및 재조명 1차 포럼(2010 고산서원에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적 가치 발굴 및 재조명, 유교와 경영’ 포럼이 그것이다.
이미 지난 5월 1차 포럼에서 한국 경영학의 제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있고, 이번 2차포럼(8월2일, 10:00~16:00시, 대우재단빌딩[서울 중구 남대문로] 1세미나실)에서는 “동아시아 역사 속의 유교 경영”이라는 주제로 한중일 삼국에서 유교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적 유교 경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한중일 삼국은 같은 유교문화권 국가이므로 많은 측면에서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어, 중국과 일본의 성공 사례는 우리 기업의 경영철학을 정립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나라마다 역사적 환경이나 국민성의 특징이 있고 그것은 곧바로 기업경영 방식으로 나타나므로 외국의 사례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경영학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국에는 과거 급제한 신사(紳士)가 상업에 투신한 신상(紳商)이 있어”
중국의 역사에는 신상(紳商)이 있었다. 신상이란 명·청시대에 한국으로 치면 생원·진사 등 사마시에 합격한 유학자 계층 즉 신사(紳士)가 상업에 진출하여 성공을 거둔 지식인 상인 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주로 강남에서 발달한 신상 계층은 신사가 상업을 경영한다는
중국적 유교문화의 특징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신분적인 귀천을 타파하고 시민사회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고이업유(賈而業儒) - 중국 상인의 성장과 유가문화”를 발표하는 이화승 교수(서울디지털대)는 “선진유가에서 강조한 ‘의리와 이익을 명확히 구분하라(義利之辨)’는 말도 결코 형이하학적인 이익을 경시하고 형이상학적인 의리만 중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통치자는 당연히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는 바로써 의리로 삼아야 함을 의미했다.”고 하여 유학이 결코 경영 마인드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하고 신상의 존재도 바로 그러한 문화의 산물임을 주장한다.
“일본 근대경제의 아버지 시부자와 에이이치는 기업의 발전은 정당한 부의 축적에 달렸다고 보고, 그 근거를 논어에서 이끌어 내”
유명한 논어와 주판의 저자이며 일본 근대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는 기업이 망하는 것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의 축적 과정의 정당성 여부가 기업 성공의 조건이라고 보고 그 근거를 논어에서 이끌어내었다. 왼손에는 논어, 오른 손에는 주판을 들고 당당하게 경제활동에 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논어와 주판은 ‘일본 상인의 나침반’으로 불리며 지금도 활발하게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 경영 현장에서 최근 논어 열풍이 부는 것도 역설적으로 우리 기업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이용주 교수(광주과기원)는 발표 논문 “논어와 경영 : 사부자와의 ‘논어주의’와 공자의 경제윤리 사상”에서 “시부자와의 의리합일론(義利合一論)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자의 공익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철학은 일본에서 긍정적 기업문화를 창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달리 사대부가 장사에 나선 적 없어, 그러나 부보상이 유교적 경영 실천”
한국의 경우, 주자학적 명분론에 철저했던 조선시대에 양반 사대부가 직접 장사에 나섰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조선후기 상업의 주축을 이루었던 시전 상인이나 행상들에게서 유교 경영의 실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부보상(負褓商)’ 명칭 바로 알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훈섭 박사(前경기대 교수)는 “한국 유교적 부보상의 경영철학”에서, 조선시대 등짐장수와 봇짐장수였던 부보상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유교정신의 실천자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망언을 하지말라(勿妄言)’,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말라(勿悖行)’, ‘음란한 행위를 하지말라(勿淫亂)’, ‘도적질 하지말라(勿盜賊)’를 4대강령으로 삼고, 인덕(仁德)·호국(護國)·유통(流通)의 경영철학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는 부보상의 경영철학이야말로 한국적 경영문화의 대표적 사례로서 한국의 고유사상에 공자의 유교사상이 결합된 한국적 유교이념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이라도 CEO와 전문가 나서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경영학 정립해야”
우리는 유교문화라는 훌륭한 자산을 두고도 그것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늦은 부분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일부 전문가와 CEO들은 지금이라도 유학을 기업경영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최근 논어경영학을 저술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경조 씨(전코오롱그룹 부회장, CEO지식나눔 이사)는 “위기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그는 논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경영의 지혜를 인재중심의 리더십, 바른 리더십, 맡기는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으로 정의한다.
이번 포럼에는 그 외에도 일선 경영 현장의 경영인과 학계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유교와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방청할 수 있으며, 방청은 무료이지만 좌석이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사전에 한국국학진흥원으로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