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경협투자 손익계산 좀 제대로
  • 이재근 기자
  • 등록 2007-10-07 15:41:58
기사수정
  • 민간기업 투자도 ‘퍼주기’라는 낡은 주장
함께 농사를 짓기로 한 형제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도랑을 치우는데 드는 비용이 ‘퍼주기’일까. 더 많은 수확을 내기 위해 거름과 비료를 실어나를 논길을 봄에 미리 고치는 데 드는 돈이 온 집안의 엄청난 부담일까. 아니면 가을 풍성한 결실을 위한 상생의 투자일까.

“한 가지 교훈은 이것이다. 양측의 경제발전 격차가 넓으면 넓을수록 통일 프로젝트 비용은 더 비싸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한의 경제적 단계를 좀더 가깝게 접근시킨다면 언젠가 통일이 실현될 경우 거기 수반되는 비용과 마찰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경제교류는 중요한 신뢰구축 수단이 되기도 한다.…그러므로 남북한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독일 한델스블라트지 니콜레 바스티안 기자 <국정브리핑>기고에서)

 
판에 박힌 ‘퍼주기’주장-외신 ‘한국경제 혜택 누릴 것’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도올 김용옥)고 한다. ‘2007 남북정상선언’이 담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에 대해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차근차근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남북관계 변화와 국제정세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의 판에 박힌 ‘퍼주기’나 터무니 없는 ‘어음’ 주장은 한발도 변화되지도 진전되지도 않았다.

중국에 지을 선박조립 공장을 북한 남포에 지어 값싼 노동력으로 다른 나라 후발 조선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투자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제협력 사업에조차 판에 박힌 퍼주기 주장을 갖다대는 것은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

민간 부문 투자와 소요비용까지 국민 부담으로 호도

특히 이들 주장은 이번에 합의한 경협사업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투자비용까지 국민세금으로 잡아 ‘10조원이 든다’거나 심지어 ‘30조원’, ‘50조원’ 등 근거 없는 숫자놀이로 국민부담으로 호도하고 있다.

경협의 경제적 효과는 외면하고 투입비용만 부각시켜

국내 언론은 현대경제연구원이 5일 내놓은 ‘2007 남북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남북경협에 10조 든다’는 제목에 기사내용도 투입비용에만 초점을 맞춰졌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원문을 살펴보면 제목이 말해주듯이 경제적 효과를 함께 담고 있다. 자금수요는 최대 113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0조원이 들겠지만 경제적 효과는 1430억 달러(128조원), 즉 투입비용의 10배가 넘는다는 게 골자다.

보고서는 “경협사업에 최대 113억달러 들 수 있지만, 부분적으로 시차를 두고 추진할 경우 소요자금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를 5년 분할 투자할 경우 연간 투자액은 남한 GDP(2006년 8873억달러)의 0.25%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투자방식을 동원한다면 국민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정부지원 자금 활용, 국내외 펀드 조성, 국제자금 유치 등을 다양한 투자방식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민간투자가 함께 이뤄지는 경협사업 비용을 모두 ‘국민의 부담’인 것처럼 부풀리는 관행은 ‘대북사업=지원’이라는 구시대적인 잣대를 오늘날 남북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엉뚱하게 갖다대는 꼴이다. 기본적으로는 민간부문이 투자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국민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익이 있다고 판단할 때 투자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협사업들은 국가 재정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또 민간기업들이 투자의욕을 가질 만한 사업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백두산 직항로 개설의 경우 이미 삼지연 공항에 포장이 완료돼 보잉 737기 정도가 착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백두산 도로도 협력을 통해 완비된 상황이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 들어가는 한국 관광객이 연 1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돌아갈 때보다 싼 가격의 여행상품으로 ‘백두산 여행사업’을 하는 것은 단순한 대북 지원이 아니라 국내 기업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일부 동해안과 해주항을 비롯해 남포에 이르기까지 항만관련 부분도 우리 항만공사가 해외항만 개발을 위해 민간자금과 공동으로 조성하는 해외항만펀드(2조원)로 가능하다. 한강 하구 골재 채취, 경제특구 확대, 조선산업단지 조성 등도 민간이 상업적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손익계산서로 보면 재정적 투자가치 높은 것들

또 실제 경협사업 투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 개념까지 고려하면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고, 일부 재정자금이 투입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는 손익계산서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나마 재정 부담이 있을 만한 것은 신의주-개성간 청도와 평양-개성간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인데 이 부분 만큼은 북한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분단 때문에 고립된 섬같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도로 개보수와 철도길이 열리면 우리 경제권이 동북아로 확대되는 셈이다. 말하자면 이미 합의한 특별경제지역 등에 물류나 인력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도 유용한 만큼 재정적 차원에서 보면 투자가치가 높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낙후한 도로 철도 물류 등 사회간접자본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투자를 하지 않고는 동북아 경제권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정부가 민간의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부분을 지원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북한의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한 발 더 나아가 해외자금 유치를 통한 투자도 가능하다.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철도는 중국을 통과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국제 협력으로도 일정 부분 투자가 가능하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기업들이 북한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고, 중국은 지하자원 개발에서부터 교역,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이르기까지 이미 깊숙이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감안할 때 2007정상선언에서 합의된 경협사업은 남북 경제의 단계로 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도 그 애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이자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다.

이같은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모두 ‘퍼주기’나 ‘어음’이라고 본다면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한반도 상황에 대응하는 다른 어떤 구상이나 계획도 모두 똑같은 퍼주기나 어음이 되고 만다. 더구나 남북한 간에 현실으로 경제적 단계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1대1 식으로 얻어내야 한다는 호혜주의적 주장은 말은 그럴싸할지 모르지만, 우리 시대에 꼭 해야 할 일과 꼭 필요한 과정이 어떤 것인지를 외면한 정치적 구호이자 고루한 이념적 시각에 불과할 뿐이다.
TAG
0
FMTV영상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기획특집더보기
주간포커스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