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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1-11 13: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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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있던 카메라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한 지인의 도움으로 현재의 카메라 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카메라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으며, 두서너 군데의 A/S를 받기위해 서울 하고도 남대문 상가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그냥 택배로 주고받아도 되었지만, 필자에게 카메라를 양도한 지인의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한 서울상경에 덩달아 지게지고 동참하게 된 것이다.

나이 마흔을 넘긴 성인 남자치고 서울을 필자만큼 안 가본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해 보며, 잠시 추억에 잠겨본다.

타임머신의 시계바늘은 세월을 거슬러 그러니까 정확히 25년 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으로 기억되어 지는 당시 소위 안동말로 ‘오익’이란 미명하에 출가 아닌 가출을 경험한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고, 뚜렷한 불평불만 없이 단지 속박과 구속이 싫어 학교와 부모님 곁을 떠나 있고픈 심정으로 무작정 서울을 동경해 짐을 꾸렸던 것 같다.

결국 방학이 끝나기 전 같이 가출을 감행했던 띨띨한 친구 녀석의 실수로 부모님께서 상경. 어머님 손에 이끌려 내려온 기억에 ‘그때 그랬었지!’하며 지금도 소주잔 기울이며 가끔씩 이야기 하곤 한다.

각설하고, 부모님께서는 “네가 갓난아기 때 우리들이 서울에서 잠시 살았으며, 지금은 역사 속에 사라진 마지막 전철을 타 보기도 했었다.”고 말씀 하시지만 너무 어릴 때 인지라 기억에도 없고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때의 그때가 필자의 첫 상경 이었나 보다.

이후 20대 초반 직장생활 당시 두세 번의 번의 출장 건 외엔 서울엔 별다른 연고가 없다보니 서울이란 곳은 필자와는 연결고리가 없는 ‘머나먼 쏭바강’ 그 자체였다.

패기충천 한 어린 시절의 서울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 나름의 매력에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도시였지만, 불혹을 넘긴 이번 상경은 필자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바로 ‘못 살레라! 못 살레라! 돈을 준다고 와서 살으래도 못 살레라’였던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는 빌딩들 사이로 공해에 찌든 희뿌연 하늘을 머리위에 얹고, 자동차들의 경적소리와 기계음들이 내 질세라 내뿜는 잡다한 소음들, 저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휙휙 지나치는 빠른 발걸음의 군상들, 매캐한 대기,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모를 정도의 차 막힘! 이모든 것들이 정신을 쏙 빼놓을 뿐 더러 아무리 초행이라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가는 모두 거기가 거기 같고, 말씨 또한 어디 별천지에 온 것같이 의사전달이 불 분명 했다.

“서울이란 곳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란 속설이 전해오던 바, 요즘은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눈알 파내간다.”로 변했다는데 그만큼 시골이나 지방 사람들에게 서울은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한지 오래다.

한 우스갯소리로 시골의 한 촌부가 처음 서울에 상경하여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웬 사람이 다가와 빌딩을 쳐다만 보아도 돈을 내야 한다며 몇 층까지 보았느냐고 묻자 4층까지 보았다니까 4천원을 내라고 해, 주고 돌아서서 이 촌부 혼자말로 한다는 소리가 ‘흥! 서울 사람도 별거 아니네. 난 사실 10층까지 봤는데, 오늘 돈 벌었네’였다고 하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고 보면 서울은 사기꾼들만 득시글거리는 못된 도시라는 선입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이렇듯 잘못된 선입견은 워낙 많은 각양각지의 사람들이 좁은 밀도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니 먹고사는 생활이 각박해져 여유를 가지지 못해 파생되어지는 한 부분일 따름이며, ‘서울도 사람 사는 곳인데’라는 자위를 해 보는 것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안동의 맑은 공기, 따뜻한 인심, 서울이란 곳 외에 우리나라 또 하나의 수도인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자긍심에서 기인하는 가진 자의 넉넉한 여유와 넓은 아량과 객기(?)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글을 마친다.

“못 살레라! 못 살레라! 억만금을 줘도 내사 서울서는 못 살레라!” 필자가 마치 인생을 다 산 칠십대의 老父(노부)가 된 것만 같아 글을 읽는 어르신 독자 제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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