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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1-25 17: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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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기법 상 ‘아웃포커싱’이라는 기법이 있다.
 
렌즈를 통해 초점을 맞춘 대상은 또렷하고 선명한 반면 그 뒤 배경은 흐리게 하여 대상을 더욱 부각 시키는 기법으로, 특히 인물을 더욱 부각시켜 예쁘고 멋지게 보여주기에 주로 인물 촬영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렌즈 또한 ‘아웃포커싱’을 더욱 도드라지게 촬영해주는 전문 렌즈까지 나와 있는 바, ‘단 렌즈’ 또는 ‘점팔렌즈’, 여자친구를 찍어주면 예쁘게 잘 나와 여자친구가 좋아 한다는 데서 유래된 ‘여친렌즈’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 ‘아웃포커싱’ 기법은 사진기술의 한 기법으로 조금만 숙지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찍을 수 있는 기술임에도 일명 똑딱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은 이 ‘아웃포커싱’이 들어간 사진들을 잘 찍은 사진으로 착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에서 회원 몇 분들과 카메라 교체 후 첫 출사를 의성 사곡 산수유마을로 다녀왔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아직은 수확을 완전히 끝내지 않아 올망졸망 달려서 온 산을 붉게 물들인 산수유 열매를 주제로 찍어보자는 교장 선생님의 제의를 회원들은 호쾌히 받아 들여 그렇게 된 것이다.

의성에 사시는 회원 한분과의 시간 약속이 일러 가는 도중 들린 대한불교조계종제16교구본사인 의성 고운사에 들러 가을 풍광 속에 살포시 내려앉은 산사를 대상으로 1차 출사가 시작 되었다.

카메라 업그레드 후 처음 마음먹고 ‘마음껏 손맛을 느껴 보리라’하는 당초 생각과는 달리 필자는 그날 카메라를 잡아보지도 못하고 다른 회원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꿀떡꿀떡’ 마른침만 삼키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회원들 중 여성 신입회원 한명이 갑자기 합류하는 바람에 미처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해 빚어졌던 참사였던바, 평소 이 신입회원은 카메라 매고 경치 좋고 풍광 좋은 곳으로 출사 한 번 나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막상 카메라도 없을 뿐 아니라 사진에 대한 지식 또한 얕아서 항상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한다.

너무 좋아하는 그 회원에게 실망을 주기도 싫었고, 첫 출사에서 사진 찍는 흥미를 느껴봐야만 사진에 대해, 출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열의를 가지지 않겠느냐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그만 필자의 카메라를 빌려 주며 기본 조작법과 촬영방법 등을 가르쳐 주고, 필자는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똑딱이 카메라를 사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초점도 맞추지도 아니하고, 찍고자 하는 주 피사체가 한 쪽으로 쏠리며 수평이 맞지 않는 등 엉망이었으나 의성 회원분이 산 점심식사 후 도착한 사곡 산수유 마을에서 회원 분들의 조리 있는 설명으로 이 신입회원 재미를 붙이는 가 싶더니 아예 혼자 다니며 이것저것을 찍는데 아직 자세는 엉성하나마 열의를 가지고 임하는 것 같아 똑딱이 카메라로 손맛다운 손맛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흐뭇하기 까지 했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찍어도 되었지만 나중에 어떤 것을 어떤 사람이 찍었는지 헷갈릴 것이 분명했고, 첫 출사였기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잘못된 점과 잘 된 부분을 비교하는 것 또한 사진을 공부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똑딱이 카메라로 중요 장면 몇 컷트만 찍고는 심드렁해져 운전만 하며 골을 따라 내려와 신입회원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니 그런 대로 첫 출사와 처음 만지는 DSLR 조작 치고는 괜찮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어 나름 ‘어! 이것 봐라. 싹수가 보이잖아? 옆에서 잘 가르치고 보조하면 훌륭한 작가가 되겠는걸.’생각했다.

본인도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며 다음 출사 때도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참석 할 것이라는 말에 회원들 모두 큰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며 그날의 출사는 끝이 났다.

비록 업그레이드 된 장비의 손맛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출사였지만 필자의 희생정신으로 또 한명의 회원이 사진에 대해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생각이 든 반면 ‘다음번 출사 때 또 장비를 양도해야 하나’ 하는 언발란스 적인 생각에 겁이 더럭 나는 것은 필자 역시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님 사진에 대한 열정 때문일까? 새 장비에 대한 욕심 때문일까?

이것저것 잡다한 편린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점검해보는 위로 그 신입회원의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오버랩 되어 온다.

“예쁜 사진, 멋진 사진 많이 박으시이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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