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에 사는 김 아무개씨는 몇 해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04년에 남편이 병사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화물차에 세금이 계속 부과됐던 것이다.
구미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더 황당했다. "차량을 찾아내 말소등록신청을 하지 않으면 세금부과는 계속된다“는 설명이었다. 김 씨는 구미시청에 또다시 민원을 제기해야 할지, 차량관리사업소나 건설교통부 등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이 아무개 씨 역시 억울한 사연의 주인공. 19년 동안 회사택시를 운전하며 개인면허 자격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에게 ‘부친상을 당한 후 낸 장례휴가 때문에 근무일이 인정되지 않아 개인면허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통보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느 곳을 찾아가야 할지 몰라 여러 기관에 민원을 냈지만, 비슷한 대답만들었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19년의 고생이 단 며칠의 장례휴가 때문에 물거품이 돼 버릴 처지였다.
▲ 국민참여형 민원행정 개선성과 보고대회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 준 곳은 바로 ‘참여마당신문고’다. 참여마당신문고에서는 이들의 민원을 고질민원으로 분류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로 넘겼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구미시청에 시정권고를 해, 김 씨 남편의 차량을 등록말소시켰다. 또 창원의 이 씨에게는 조사관이 회사로 직접 찾아가 대법원 판례까지 찾아주며 행정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왔다.
법과 상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해결사
참여마당신문고는 2003년 선정된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 중 하나였다. 2003년 초부터 문을 연 ‘인터넷 신문고’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민원·국민제안·정책참여·시민참여클럽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이름 하여 ‘온라인 국민참여 포털시스템’.
앞서 사례처럼 어느 기관을 찾아가 민원을 해결할지 모르는 경우, 기관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아 혼란스러운 경우, ‘떠넘기기식 행정’탓에 해결되지 못한 민원이 모두 ‘참여마당신문고’로 모여들고 있다. 참여마당신문고가 서민들의 억울함을 해결했다는 ‘신문고’의 참뜻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12월 민원다발 7개 기관의 민원시스템을 통합하면서 시작된 참여마당신문고는 인터넷 민원접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서신 민원이 대폭 줄고 온라인 민원 접수 사례가 60% 이상 늘어났다. (2006년 2/4분기 기준)
정책에 국민의 뜻 반영하는 여론수렴의 창
참여마당신문고는 말 그대로 ‘신문고’의 역할뿐 아니라 ‘참여마당’이기도 하다. 국민의 제안과 정책참여를 이끌어내는 채널인 것이다. 2002년엔 570여 건에 불과하던 국민제안은 참여마당신문고 설치 이후 10배 이상 늘어났다. 그 중에서 채택된 것만 해도 456건이다(2006 9월 현재). 국민이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내고, 제안을 할 수 있으며, 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병무청은 귀국보증제도에 대한 국민의 소리를 감안해 ‘국외 체재자 전자민원출원 제도’를 신설하는 등 병무행정을 개선했다. 대형 폐기물 배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호소에 따라 인터넷 폐기물 배출신고만 하면 폐기물 스티커를 발급해 처리하는 방법도 도입했다.
또 보훈대상자에서 결혼한 딸이 제외되는 문제도 양성평등을 실현한 보훈행정안을 마련해 법제화했다. 이런 정책 개선의 면면은 국민이 정책수립에서 결정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참여마당신문고는 정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장도 열어 놓았다. ‘참여포럼’이나 ‘전자공청회’ 등은 법령의 실시에 대해 의견을 듣는 여론수렴의 장이다. 국민의 직접참여를 통해서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간 셈이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 통합센터가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중앙행정기관뿐 아니라 지자체 연계 운영, 모든 공공기관을 연계해서 운영하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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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6년 7월말까지 56개 중앙행정기관의 민원과 국민제안, 정책참여 시스템을 통합하는 1단계 확대사업을 마쳤다. 현재 한국소비자보호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한국수자원공사 등 3개 공공기관과 부산시 등을 시범연계하는 2단계 시범사업이 올해 4월 마감예정으로 추진중에 있다. 모든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민원·국민제안 등을 통합해 온라인 범정부단일창구로 완성되려면 2007년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 민원인의 만족도를 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기하기 힘든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점, 검찰·경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의 민원처리가 다른 기관에 비해 늦은 점도 개선해야 한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은 나와 있다.
인터넷 민원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통합콜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통합민원콜센터는 2007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리고 군경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군사소위원회와 경찰소위원회를 설치했고, 군경 민원에 대한 옴부즈만 제도를 정착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