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전쟁[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올해로 420년이 되는 해이다. 임진전쟁은 당시 동아시아를 뿌리째 흔들었던 미증유의 국제전이었고 그 결과 중국과 일본의 정권이 바뀌는 결과를 초래했다.
▲ 신구이순신차초
전쟁의 당사자이자 전쟁의 터전이었던 조선은 전쟁초기 패전을 거듭하였으나 초야에 있던 의병들이 궐기하여 일본군을 공격함으로써 전쟁의 전환점을 만들었고, 바다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일본군을 궁지에 몰아넣어 결국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임진전쟁 7주갑(420년)을 맞아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 유교문화박물관은 (사)임진란정신문화선양회 및 서울 전쟁기념관과 공동으로 선현들의 국난극복 과정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임진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민족정신의 원동력을 재조명하기 위하여 6월 19일부터 8월 19일까지(62일간) “임진전쟁, 그리고 420년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 특별전은 11월 장소를 서울 전쟁기념관으로 옮겨 순회전시될 예정이다.
임진전쟁이 끝난 뒤 조선에서는 전쟁의 과정과 비참함을 기억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을 전개되었다. 특히 전쟁과정에서 전몰한 영령들이나 전쟁의 극복에 공을 세운 인물들을 추모하는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임진전쟁 이후 1주갑 즉 60년마다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활동한 공신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개최된 것이 대표적이다.
임진전쟁에 대한 최초의 국가적 기억은 3주갑 때인 1772년(영조 48)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조는 문렬공 조헌과 충무공 이순신, 충렬공 송상현, 충렬공 고경명에게 치제(致祭: 임금이 죽은 공신의 가문에 제물과 제문을 보내 제사를 지내게 하는 것)하고 그 후손을 등용하도록 조치하였다.
이어 4주갑 때인 1832년(순조 32)에는 추모의 범위를 확대하여 충렬공 송상현, 문열공 조헌, 충렬공 고경명, 충무공 이순신이 순절 한 곳에는 함께 국난극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장사들과 더불어 단(壇)을 설치해 치제하게 하고, 문충공 이항복, 문정공 윤두수, 충익공 정곤수, 문충공 류성룡, 충장공 권율의 가묘에는 승지를 보내 제사를 올리도록 하였다.
5주갑인 1952년에는 한국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이 경북지사 신현돈을 안동 하회마을에 제관으로 보내 류성룡 선생의 가묘에 치제하게 하였다.
임진전쟁에 대한 기억은 이밖에도 당대의 많은 회고록과 일기를 통해 정리되었으며, 전쟁에서 전몰한 인물들은 국가적․지역적 차원에서 국가를 구한 영웅으로 서원·사우에 모셔지는 등 추모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기도 하였다. 앞에서 말한 단제사와 사제사를 비롯하여 전국에 108개나 되는 서원 사우에 이들 전쟁 영령들을 배향하였음을 보아도 할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이 번 특별전의 주제를 임진전쟁이라는 국난에 임하여 선현들이 보여준 삶에 대한 기억으로 정하였다.
이를 위해 선현들의 국난 극복 과정을 보여주는 유물 및 이 전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각종 기록들을 중심으로 국보132호인「징비록」을 비롯하여 약 70여 점이 전시된다. 대부분의 자료는 지금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자료들이다.
이 가운데 이순신이 바다를 건너오는 가토 기요마사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삭탈관직을 당하고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있을 때 이순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약포 정탁이 올린 「신구이순신차초(申救李舜臣箚草)」는 이순신의 공적을 나열하면서 장수가 상황을 판단하여 병력을 움직이는 것이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음을 극론한 것이다.
또한 전쟁 업무를 총괄했던 류성룡의 갑주(갑옷과 투구)를 비롯하여 임진전쟁 당시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싸움의 과정을 기록한 '진주성수성절차(보물905호)', 전쟁의 경과를 기록한 정탁의 '용만견문록(보물594-5)', 종군기록인 이탁영의 '정만록(보물880호)', 정유재란 때 남원에서 전사한 선무3등공신 정기원의 집에 내려진 정려현판, 진주성에서 전몰한 경상도 초유사 김성일의 패도(佩刀)와 철퇴(鐵槌) 등 중요한 자료들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작은 칼이라도 일찍이 백만의 군사를 상대한다. [釼曾當百萬師]”라고 새긴 김성일의 패도에 명문(銘文)을 보면 그의 구국 의지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