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1501∼1570)의 삶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정조 임금의 지시로 1792년 열었던 특별과거시험 도산별과(陶山別科)가 지난 4일 안동시 도산서원에서 221년 만에 재현됐다. 이날 도산별과에는 전국 각지 한시(漢詩) 전문가 200여명이 참가해 33명이 갑(甲)·을(乙)·병(丙)과(科)에 급제했다.
이날 도산별과의 시제는 춘일유도산억별시(春日遊陶山憶別試), 압운은 천(天), 선(先), 연(筵), 현(賢), 전(傳). 참가자들은 3시간에 걸쳐 시험을 치렀고, 그 결과 영주시 김호철(金浩喆, 58) 씩가 갑과 장원에 급제했다.
▲ 도산별과 장원에 급제한 영주시 김호철(58) 씨 또 서울시 박혁선 씨자 갑과 방안(榜眼)에, 부산시 조현도 시가 갑과 탐화(探花)에 급제했고, 안동시 정상호 씨외 6명이 을과에 급제했다. 이밖에도 23명이 병과에 급제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고, 안동시가 주최한 이번 도산별과 재현행사는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한시 전문가들이 도포와 유건을 착용하는 등 전통복장으로 시험을 치러 그 옛날 과거시험 진풍경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번 도산별과 재현은 조선시대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지방에서 시행된 대과(大科)시험의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학문적 성찰과 교육적 전통을 드러내는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한시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스토리가 있는 문화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원 급제 作 전문> 陶山勝地訪春天(도산승지방춘천) 도산승지를 봄날에 찾아와 보니 憶昔別科多感先(억석별과다감선) 옛날 별과 생각에 많은 감개가 앞서네(감개무량하네) 朝廷閣臣題掛日(조정각신제괘일) 조정 각신(규장각 관원)이 어제를 걸었던 날이요 嶺南韻士筆必揮筵(영남운사필휘연) 영남의 운사들이 시험보던(붓글을 쓰던) 자리였네 聖君致祭千秋德(성군치제천추덕) 성군이 치제하니 천추의 덕이요 李子遺風萬古賢(이자유풍만고현) 이퇴계 유풍은 만고의 어진일세 累變滄桑餘懿跡(누변창상여의적) 여러번 창상(세상)이 변하나 의적(아름다운 자취)이 남아 吾東史記永長傳(오동사기영장전) 우리동방의 사기에 오래오래 전하리